무더운 여름 이었어요
자갈치 시장은 시끌벅적 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96번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 생각없이 버스계단을 걸어 올라갔어요
후불제교통카드를 버스환승기계에 터치하고
"감사합니다"말을 듣고 버스 안의 왼편 제일 구석진 좌석에 빈 자리가 눈에 띄었어요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저는 평범한 의자로 한걸음씩 걸어 갔어요
보일듯 말듯한 복고치마속이 보이지 않으셨어요
우산이 그녀의 다리에 부딪혔어요
멀리서 보이지 않던 얼굴의
맑은 눈동자는 빛이 나서 눈이 부셨어요
코는 부드러웠어요
입술은 아름다웠어요
머리카락의 샴푸냄새는 향기로웠어요
마른 몸매에 수수한 옷을 입고 있어요
저는 "I am sorry" 라고 말 했어요
그녀는 유창한 영어를 사용 하셨어요
서로의 대화는 부담스럽지 않게 이어졌어요
"무슨 일 하세요?"
"회계사예요"
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일한다고 말 했고
그녀는 사는 곳은 서대신동이라고 말 하셨어요
저는 다대포 살고 있다고 말 했어요
그녀는 해운대 수영로교회 다닌다고 말 하셨어요
저는 담배피고 술도 마셔서 부끄러워서
저의 교회인 평안교회를 말하지 못 했어요
그녀는 다음 정류장에 내리기전에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녀는 할 말을 끝 마치셨고
내리는 곳을 향해 가셨어요
후문에 멈춰서서 오른손을 플라스틱바를 잡고
마지막으로 저를 보고는 안녕이라는 말 없이 내렸어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30년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어요